AI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이 풀지 못했던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AI가 인간의 두뇌 능력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게 한다. AI는 고작 기계일 뿐인데 왜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된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사람의 두뇌가 아직 원시적 형태의 두뇌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학도 AI도 모두 인간이 만든 도구다. 수학의 난제를 풀었다는 것도 바둑으로 치자면 풀지 못한 ‘수’를 찾아낸 것과 같다. 즉 틀 속에서 답을 찾았을 뿐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주어진 틀 속에서 답을 찾는 능력은 인간보다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상황이 이러니 기계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밀릴 수밖에 없다.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지 않는 방법은 딱 하나다. 기계는 발을 디딜 수 없는 인간 두뇌의 고유한 영역인 창의·창조적 사고력을 발달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천재가 많지 않았다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이유도 분명하다. 인간 두뇌가 틀에 갇혀 있는데, 그 현실을 볼 수 없으니 다른 세계 또한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인간이 얼마나 가상 세계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를 과학의 영역, 그중에서도 시간 여행과 우주의 휘어진 공간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생명체는 실체를 보지 못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물질이 내는 빛을 보거나 물체에 반사된 빛이다. 지금 이 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컴퓨터와 모니터 또는 종이의 글자 자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가 내는 빛 또는 글자로부터 반사된 빛을 보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보자. 내가 만약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할 수 있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한참 전에 컴퓨터와 나에게서 반사된 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개념이 시간 여행의 시작이다. 이제 생각의 깊이를 더해 보자. 과거에 나에게서 반사된 빛을 만난다는 게 실체를 만나는 것과 같을까?
우리는 달을 본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달은 달의 현재 모습이 아니다. 달에서 반사된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 내가 지구에서 보는 달은 현재의 달이 아니라 과거의 달이라는 뜻이다. 만일 내게 빛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약 1초 만에 달에 도달할 수 있는 우주선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지구로부터 눈에 보이는 달을 향해 출발했다. 1초 후 나는 과연 달에 도착할 수 있을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내가 본 달은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없다. 허상을 쫓은 셈이다.
시간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가 비뚤어진 공간이다. 시간 여행은 눈에 보이는 허상을 실체라고 착각한 데에서 일어난 현상인데, 그렇다면 비뚤어진 공간의 개념과 시간 여행의 개념은 무엇일까? 사실 이도 다르지 않다. 빛은 강한 중력에 의해 이동하는 경로가 휘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도 입자라는 이론에 비추어 보면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동 경로의 휘어짐은 당연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곡선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가로질러 직선으로 따라잡으면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할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빛은 실체가 아니다. 빛이라는 입자는 따라잡을 수 있어 과거의 빛을 만날 수는 있지만, 그 빛을 반사시킨 물체는 그 자리에 없다. 아무리 지름길로 빛을 앞서갔다고 해도, 빛은 빛일 뿐 실체가 아니다. 나아가 빛이 휘어진다고 공간도 휘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보는 공간은 빛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빛에 의해 시간이 형성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리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이 세 가지가 모두 연동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물론 상대성 이론으로 시간을 보정해야만 공간상의 정확한 위치와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맞다. 달의 예에서처럼, 지구에서 달의 실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에 따른 시간의 차이를 계산해서 보정해야만 우주의 미아가 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인간이 보는 세상이 빛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의 속도는 독립적이다. 빛이 휘어져도 공간은 그대로 있다. 우리 눈에 빛의 휘어짐이 공간의 휘어짐과 연동되어 보일 뿐이다. 시간 여행도 마찬가지다. 지구에서 보는 달이 실체가 아니듯, 아무리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해 과거의 빛을 만날 수 있다 하더라도, 빛은 빛일 뿐 실체가 아니다. 실체는 따로 존재한다. 빛은 이미 실체를 떠났기 때문이다.
글의 시작에서 AI가 풀어낸 난이도 높은 수학 문제를 이야기했다. 시간, 공간, 그리고 빛의 상관관계 또한 수학적으로 설명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모두는 인간이 만든 개념이다. 실제로는 시간도 공간도 빛도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함에도 인간의 관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데서 시작된 착각이다. 착각의 세계에서는 문제의 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니 AI도 인간도 모두 문제를 풀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상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아야 실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