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라는 용어가 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기’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아무리 해도 이룰 수 없어 계획을 그만둘 때 사용하는 단어다. 어떻게 보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심정을 이 단어 하나로 충분히 설명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더 노력해서 발전시키지 못하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어렵다. 아니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수포자라는 단어와 함께 따라오는 요소는 ‘수학을 왜 포기하게 되는 가?’에 대한 이유다. 인터넷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설명이 떠도는데 그러한 이유들 중 공통적인 것은 수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이유는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효소다. 이유가 없으면 무기력해지고 의지도 없어진다. 반면 이유가 있으면 재미있고 흥분이 되며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도 한다. 이렇게 적고나니 이 이유들은 수학뿐 아니라 모든 공부에 해당된다고 봐야겠다. 그렇다면 왜 유독 수학일까?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학공부를 할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학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수학이 왜 어려운가?’일 것이다. 먼저 수학이 어려운 이유를 필자는 아이작 뉴턴의 탓으로 돌린다. 미분적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학생들로 하여금 고통의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미적분을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됐으면 아마도 수학을 포기하겠다는 말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뉴턴이 많은 학생들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실생활에서는 사용하지도 않을 미적분을 풀고 있자니 학생에 따라서는 미치겠다는 말이 충분히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미적분이 왜 어려울까? 미적분을 만들어낸 뉴턴은 짧은 시간에 쉽게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미적분을 설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뉴턴에게는 그렇게 쉬운 것이 왜 학생들은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뉴턴이 천재라서? 물론 천재이기 때문에 없던 미적분의 개념을 창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천재만 그러한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세종대왕이 천재라서 한글을 창제했지만 그렇다고 세종대왕만 한글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미적분도 뉴턴이 천재적인 두뇌로 창조한 개념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과연 무엇이 빠져있기에 이러한 장벽이 존재하는 것일까?
한글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말을 기호화 한 것이기에 쉽게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적분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여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 맞다. 실제로 미적분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차원의 개념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매일 매순간 접하고 익숙한 개념이다. 다만 사용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미적분이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자.
미적분의 개념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이다. 한글이 문자로 의사소통을 하는 도구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미적분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연구하는 수학을 전공한 교수나 교사들도 가르쳐주지 못하는 미적분의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이 하나 있다. 아니, 이 개념은 미적분뿐 아니라 모든 수학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y는 데이터이고 x는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 다루는 변수라는 점이다. 이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기에 비유를 해 보자. 필자가 거주하는 버나비에는 버나비 산이 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SFU가 있다. 여기서 SFU를 y라고 한다면 x는 SFU로 가기위한 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길은 동쪽에서 시작할 수도 또 남쪽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도착점은 같다. 조금 더 덧붙여 설명하자면 SFU라는 위치를 y라고 놓고 y에 도달하는 방법을 x를 사용해서 찾는 과정이다. 이렇게 설명해놓아도 아직 어려운 것 같지만 일단 넘어가겠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유튜브 채널인 TV똥덩이에서 후에 다루도록 할 테니 그것을 참고하면 될 것이기에. 필자의 유튜브 채널은 PonderEd 웹사이트 (http://kr.PonderEd.ca)의 유튜브 링크를 이용하면 된다.
어찌되었건 핵심은 y는 관찰해서 얻은 데이터 (실존하는 현상)이고 x는 y를 설명하기 위해 기준점을 잡고 y에 이를 수 있도록 상관관계를 찾아가면서 만들어가는 함수에 사용되는 요소라는 것이다. 이 말을 조금 바꾸면 미적분을 포함한 모든 수학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모든 현상들을 공식이라는 형태의 기호로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는 것이다. 문제는 함수를 통해 어떤 데이터를 설명하려는지 그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이 문제를 풀어 답을 찾도록 강요하는 교육 때문에 학생들이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아가 앞서 한글이 쉽게 대중에게 퍼질 수 있었던 이유가 사용하던 언어를 기호화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미적분의 경우 학생들이 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방법을 찾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학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학공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내가 가진 공식이 어떤 현상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수학이 즐거워진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수학이 즐거워진다!’라는 표현이 조금 전 사용됐는데 이 말을 ‘공부가 쉽다!’로 오해하지 말자. 공부는 쉬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쉬운 것도 있겠지만 공부의 기본적인 개념은 새로운 것을 찾고 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난제를 풀기위해 도전을 하고 또 하나씩 성취해가는 과정에서 쾌감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 냈을 때의 자신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이 때 이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미있고 즐거운 과정이라는 뜻이지 모든 공부가 쉬워진다는 뜻은 아니다. 이제 다시 수학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실 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하나가 더 있다. 자연에서 1+1=2라는 간단한 것만 가지고 생각해보자. 세상에 1+1=2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는 조건이 있을까? 수를 셀 때 말고는 없다. 사과를 봐도 각각 모양이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심지어 공장에서 찍어낸 같은 제품임에도 똑 같다고 볼 수 있는 제품이 없다. 0.000000000001g 이라도 차이가 있다. 그런데 1+1=2는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것이 똑 같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피나 무게 등을 다루는 변수를 넣는 공식을 만들다보니 공식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진다. 따라서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각각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더 깊고 많은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수학이 어려운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치고 이제부터 수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자.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내가 수학시간에 배운 공식을 도대체 어디에 쓴다고 이 문제를 풀고 있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필자도 수학을 싫어했고 또 수학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석박사 학위를 하는 동안에 그렇게 싫어했던 수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연구에 적용을 해야 했다. 연구 분야가 생화학/생물물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수학이 언제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를 해 둬야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직업이 다르면 수학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통해 수학공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π=3.14를 가지고 이야기 해 보자. 많은 학생들이 이 값을 외워서 사용한다. 물론 지름과 원 둘레의 비율이라는 지식을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파이의 값을 사용해서 문제는 풀 수 있어도 파이의 값을 어떻게 도출해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 학생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사인, 코사인, 탄젠트 등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파이라는 값만을 가지고 생각해보자. 파이의 값이 3.14이고 지름과 원 둘레의 비율이라고 했는데 이 개념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특정 반지름 (또는 지름)을 가진 원을 그리고 원 둘레를 측정하면 된다. 그런 다음 원 둘레를 지름으로 나누면 얻어지는 값이 3.14가 된다. 하지만 이는 파이라는 지식을 알고 있을 때의 접근법이다. 파이라는 지식이 없다면 과연 3.14라는 값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 수학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숨어있다.
파이가 들어간 수학공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푸는 것은 생각하는 두뇌능력이 아니다. 주어진 문제를 수학공식을 이용해서 푸는 것은 컴퓨터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데 이러한 능력을 생각하는 사고력이라고 본다면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보다도 사고력이 떨어진다고 봐야한다. 더 이상 공부를 할 이유도 없어진다. 컴퓨터보다 못한 두뇌를 가지고 공부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고력은 문제를 푸는 속도와 정확성에 있지 않다. 사고력은 수학공식을 필요에 따라 바꾸거나 새로운 공식을 창의적 사고로 만들어내는 두뇌능력이다. 이 두뇌능력은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두뇌능력이다. 따라서 인간의 창의적 사고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처럼 주어진 공식을 이용해 답을 찾는 계산능력이 아니라 파이 또는 공식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를 생각을 통해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즉, 3.14라는 값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름이 다른 원들을 그려놓고 지름과 원둘레를 측정한 후 그것들을 비교해서 지름에 3.14를 곱한 값이 원둘레 측정값과 같다는 것을 스스로 도출해 냄으로서 ‘지름과 둘레의 비율이 3.14이고 이것을 파이라고 이름 짓자!’라고 파이의 정의를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필자는 ‘지식의 개념화’라고 부르며 필자가 정립한 공부방법의 첫 번째 단계다. 이것을 미적분에 적용하면, 미적분을 처음 생각해낸 뉴턴처럼 주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생각한 후 공식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사고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뉴턴처럼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 미적분을 생각해 낼 수 있다는 것은 곧 내 두뇌가 뉴턴의 천재적 두뇌를 따라잡았다는 것을 뜻한다.
필자가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한 이유는 계산하는 방법을 숙지해야 두뇌가 발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부방법을 바꿔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공부가 아닌 어떤 자연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패턴을 어떻게 기호화 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수학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공부가 즐거워지고, 공부가 즐거워지는 만큼 두뇌의 발달도 빨라진다. 수학을 공부하는 공부방법에 대해서는 후에 PonderEd에서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니 그 책을 참고하면 된다. 책은 PonderEd 웹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