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피라미드형 사회구조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공부 방법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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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말씀하신 대로 새를 관찰, 서술하고 질문해 봤어요. 

– 어떤 질문을 하셨나요? 

◆ 새들은 겨울에 어떻게 추위를 피할까? 또는 새들은 눈이 쌓이면 어떻게 먹이를 찾나? 이런 질문들을 했어요. 

– 그 질문들은 새를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네요. 

◆ 왜죠? 

– 새를 관찰했다면 관찰한 내용이 우선 질문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 관찰한 내용이라면 어떤 것이죠? 

– 새의 부리모양, 털 색깔 등이 관찰을 바탕으로 한 서술이에요. 새를 새라고만 부른다면 실체가 아닌 이름만 기억하는 것이니까요. 

◆ 실체가 아닌 이름만 기억한다고요? 새를 새라고 부르는데 실체가 아니라니 이해가 가지 않아요. 

– 새라는 것은 날개가 있고 다리가 둘이 있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새라는 단어 자체는 이러한 실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일 뿐이거든요. 새의 실체를 뜻한다고 볼 수 없죠. 

◆ 그러면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예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 새를 관찰하면서 겨울이라는 조건을 넣는다면 ‘새의 몸통은 깃털로 싸여있지만 다리는 피부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인데 물이 꽁꽁 어는 추운 겨울에 새의 다리는 어떻게 얼지 않을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만들 수 있죠. 

◆ 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지난겨울 눈 위에 앉아있는 새들을 봤는데 정말 어떻게 얼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인가요? 

– 그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주제를 이어가도록 할게요. 누군가 이렇게 질문을 하고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요? 

◆ 글쎄요? 생물에 관계된 것이니 생물학자로서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 그렇죠. 새로운 정보를 찾아냈으니 생물학자로서 자리를 굳히고 나아가 이러한 연구결과가 쌓이면 생물학계에서 이름난 과학자가 되었겠죠? 

◆ 한 마디로 생물학이라는 피라미드식 구조의 상위에 위치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 맞아요.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게요. 많은 사람들이 새를 관찰하고 심지어 손에 새들이 좋아하는 씨앗을 놓고 새들이 날아와 손에 앉도록 유인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 중에 몇이나 새들의 다리가 왜 겨울에 얼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을 할까요? 

◆ 사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대부분 새를 새라고 생각하지 그렇게 구체적으로 살펴보지도 않는 것 같고요. 

– 그것이 바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가장 큰 산이에요. 새를 새라는 지식, 심지어 새의 종까지 자세히 알고는 있지만 관찰을 통해 새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못하는 부분이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관찰과 서술 말고도 또 하나의 요인이 있어요. 

◆ 어떤 요인이죠? 

– 호기심이 발동했을 때 사람들은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방법을 찾아요. 그런데 이 호기심에 대한 답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 호기심에서 나오는 질문에 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해요. 어렸을 때 ‘비는 왜 오나?’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답을 찾지는 못했거든요. 어른들에게 질문을 해도 답을 듣지 못했고요. 

– 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두 번째 문제고 가장 큰 문제가 있어요. 답을 찾는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에게 ‘저 산에는 호랑이가 산다.’라고 말해주면 실제 호랑이가 사는지 궁금해서 산에 오르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 바로 그 점이에요. 호기심에서 오는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죠.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점차 안전이 확보되니까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위험부담 없이 찾아낼 수 있게 되었죠. 우주나 바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 호기심을 채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바로 과학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면 여전히 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죠. 

◆ 그렇군요. 하지만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많은 질문들에 답을 찾기 어렵잖아요. 이를테면 ‘삶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이요. 

– 그 이유가 호기심에서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직·간접적인 관찰에 의존하기 때문이에요. 

◆ 무슨 뜻인지 잘 와 닿지 않는데요. 

– 앞서 새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새의 다리가 추운 겨울에 얼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 새의 다리를 직접 해부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 예, 맞아요. 그렇게 해서 실제로 새는 심장에서 나오는 따뜻한 동맥과 차가워진 정맥을 서로 교차시켜서 얼지 않도록 따뜻하게 유지한다는 것을 밝혀냈죠. 

◆ 깊은 바다를 잠수함으로 탐험하는 것과 같군요. 답을 찾기 위해 직접 관찰한 경우니까요. 

– 예.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한 가지 더 효율적으로 답을 찾는 방법을 탑재하고 있어요. 답을 찾기 위한 관찰이 아니라도 가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새의 다리를 직접 해부하는 방법 말고 우회하는 방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