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교육을 통해 기계화 되어가는 학생들 1

◆ 학교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목표 지향적 두뇌능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높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잖아요? 경우의 수들을 모두 외워서요. 그것도 두뇌능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물론 두뇌능력의 하나죠. 다만 두뇌의 기억하는 능력이지 생각을 하는 능력은 아니라는 거죠. 

◆ 기억능력과 사고력은 다른 것인가요? 

– 예. 달라요. 많은 기억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워져요. 그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가 나오면 예전의 기억들은 소용이 없죠. 

◆ 정보를 기억한다는 것은 곧 지식을 익히는 것이고 지식은 이미 존재하는 정보이므로 새로운 지식이 있으면 과거의 지식은 소용이 없다는 뜻이군요. 그렇지만 지식이 많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고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닌가요? 예를 들면 애플이 스마트폰을 개발해 놓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없던 기능을 추가한다던가 해서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 수 있잖아요. 

– 질문자께서는 애플이나 삼성과 같은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할 때 대학의 전공자들 중 아무나 뽑아서 한다고 생각하세요? 

◆ 아니죠.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흔히 말하는 스펙이 있어야 하고 또 면접도 통과해야하니까 아무나 뽑는다고 할 수 없죠. 그리고 제품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도태도 될 수 있을 것이고요. 

– 같은 전공에 비슷한 지식의 양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사람들을 회사가 선택적으로 뽑는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 지식이 사고력을 대변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뜻이군요. 

– 맞아요. 지식이 많다고 해서 생각할 수 있는 두뇌능력이 있다는 것은 아니죠. 사실 사고력은 고사하고 배운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능력 또한 상당히 어렵죠. 

◆ 배운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능력도 어려운 것이라고요? 

– 예. 예를 들어 학원에서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 학생이 10명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이 10명의 학생이 모두 워드라는 프로그램을 배운 대로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 아니요. 개중에는 배운 것을 모두 활용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학생들은 배운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학생에 따라서는 알고는 있지만 사용은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등 다양할 것 같아요. 

– 그렇죠. 그 말은 배운 것을 써먹으려 하는 경우에는 기억력이 바탕을 이뤄야 하고 나아가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죠. 

◆ 그러니까 지식에 초점을 맞춰 가르치는 교육은 학생들이 배운 것을 그대로 따라하도록 만드는, 말 그대로 기계화 시킨다는 뜻인가요? 

– 핵심을 바로 짚으셨네요. 지식을 강조하는 교육은 배우는 사람을 기계로 만들어요. 그러니까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죠.

◆ 결국 기계처럼 훈련 받고 기계처럼 취급당하다가 기계에 의해 밀려난다는 뜻이네요. 

– 과거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 인간이 있었다면 지금은 기계가 대신하고 전화가 오면 안내와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대신 답을 하는 현실을 봐도 알 수 있죠. 바둑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누르고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잖아요. 

◆ 사실 주변에서 UBC와 같은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잡지 못해 다시 BCIT에서 기술을 배운다는 학생들 이야기를 많이 접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교육은 왜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 먼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앞서 이야기 했듯 ‘사고력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최근 책으로 발간한 사고과정을 기반으로 가르치는 방법이 유일하죠. 

◆ 그러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요? 

– 대학이 학문과 현실세계의 중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죠. 

◆ 학문과 현실이 차이가 있나요? 

– 아주 크죠. 학문은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라고 본다면 현실은 배우고 익힌 것을 적용해서 살아가는 과정이죠.

◆ 음,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데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학교의 주요기능은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을 지닌 사람의 양성이라고 볼 수 있고 사회는 사고력을 지닌 사람을 주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되면 그 아이이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사람을 주로 찾죠. 지난 번 들었던 예로 세종대왕이 한글에 대한 개념을 창조했다면 언어에 정통한 학자들이 그 개념을 현실화 하는 과정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포함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두뇌가 주축이 돼서 새로운 제품의 개념을 만들었다면 수많은 IT관련 졸업생들이 모여 그 개념을 현실화 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예에 포함되죠. 

◆ 그 말은 대학교육을 예로 들면 학교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삼성이나 애플 같은 기업 또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회사들은 두뇌에 해당하는 사고력을 지닌 사람들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뜻인가요? 

– 맞아요. 그러니까 대학도 그러한 사회의 요구에 맞춰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교육의 방향도 그쪽으로 맞춰서 인력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흐르죠. 

◆ 이해는 갈 것 같은데 풀리지 않는 의문이 아직 하나 있어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학은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려하고 그래서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뒤에는 대학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급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고 했잖아요? 왜 이런 모순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