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과학기술의 발전도 따라잡을 수 없는 창조적 사고력 1

 지난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것과 그 개념을 현실에 반영해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사고력이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 우선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로 다시 돌아가서 창조적 사고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세종대왕이 한글에 대한 개념을 소리가 나는 원리로부터 생각했다는 것이 제 가설이라고 했죠?

 그랬죠.

– 이렇게 소리가 나는 원리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글쎄요? 누구든 소리가 나는 원리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누구든 소리가 나는 원리를 생각할 수 있었다면 한글창제의 원리를 이미 다 찾아서 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씀은 소리가 나는 원리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뜻인가요? 

– 예. 아주 어려워요. 한글창제 후 500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사람들은 그 원리를 정확하게 찾아내지 못했어요.

 한글창제의 원리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원리를 찾지 못했다면 그러한 내용을 접할 수 없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한글창제의 원리를 적은 글들을 읽어보셨어요?

 예. 예를 들면 모음은 소리를 초성 중성 종성으로 분석해서 글자를 만들었다거나 둥근 하늘이나 땅의 모습을 글자의 모양에 반영했다는 정도는 기억나는 것 같아요. 

– 하늘의 모양이나 땅의 모습을 글자에 반영했다면 이러한 글자를 소리글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모양을 바탕으로 만든 글자인 한문과 다르지 않다고 봐야겠죠. 

– 그러면 소리를 분석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이 소리가 나는 원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소리가 나는 원리와 소리 자체는 조금 다른 것 아닐까요? 

– 맞아요.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를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눠 분석한다 해도 스피커가 소리를 내는 원리를 파악하기는 어렵죠. 마찬가지로 인간의 폐로부터 나오는 공기의 흐름과 성대를 포함한 주변 근육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리가 나는 원리는 아직도 과학자들이 풀어가고 있는 과제의 하나예요. 

 그 말씀은 세종대왕은 그 원리를 풀었다는 뜻인가요? 

– 저는 그렇게 봐요. 소리가 나는 원리를 풀지 않고서는 소리글자를 만들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면 왜 그 과정은 역사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일까요? 

– 답은 간단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개념을 소화할 수 있을만한 두뇌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반대로 세종대왕이 자신이 찾은 소리의 원리에 대한 개념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나요? 

– 그랬다면 승려든 학자든 시켜서 한글을 창제하지 못했겠죠. 세종대왕은 어떻게든 글자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찾은 소리의 원리를 설명하고 그것을 반영해서 글자를 만들도록 했을 것으로 생각되고 또 만들어 냈다는 말은 적어도 한글창제에 관여한 사람들만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할 수 있었다는 뜻이라고 저는 해석해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의 개념을 창조하고 그것을 아내의 수학적 능력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럴 수 있겠네요. 아인슈타인의 아내는 한글창제에 참여한 승려 또는 학자들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러면 5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룬 현재에도 사람들이 한글창제의 원리를 정확하게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세종대왕 한 사람의 두뇌능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직도 나오지 못했다는 뜻인가요?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앞서 예를 든 한글창제에 대한 영화 기억나시죠? 승려들이 한글을 창제하는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표현된 영화요. 

 예. 저도 봤어요. 

–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든 작가나 제작자들은 왜 승려들이 주도적으로 한글창제를 했을 것으로 생각했을까요? 

 글쎄요? 

– 창조적인 두뇌능력이 무엇인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고 나아가 사용은 아예 해 본 적이 없으니 세종대왕이 개념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봐요. 

 그 말은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도 세종대왕의 소리글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념을 창조하는 과정을 기록할 수 없었고 그로인해 후대에 역사를 읽는 사람들도 세종대왕이 소리글자에 대한 개념의 정립과정은 보지 못한 채 기록에 남겨진 글자를 만드는 과정만을 바탕으로 판단을 했기 때문에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과정을 마치 승려들이 했을 것으로 착각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 맞아요. 그만큼 창조적 사고를 통한 새로운 개념은 사람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어요. 현재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상대성 이론에 들어가면 고전을 면치 못할걸요. 

 세종대왕이나 아인슈타인의 경우는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애플을 창시한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꼭 그렇지는 않잖아요. 민 박사님도 스티브 잡스를 천재들 중 하나로 꼽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