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사고력 2

지금까지 들은 내용을 정리해보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사고력과 주어진 일을 효과적으로 해내는 두뇌의 기능은 서로 다른 기능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 같은데 다른 예를 가지고 설명을 더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면 잘 알려진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먼저 가장 잘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상대성 이론을 만드는 과정은 이해가 어렵지 않을까요?

상대성 이론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다음 이야기예요.

어떤 이야기죠?

아인슈타인의 아내가 수학자였다죠?

. 들었어요. 상대성 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립하는데 기여를 했다는 이야기요.

맞아요. 그래서 예전에 한 신문에 칼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인슈타인이 천재가 아니라 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립한 그의 아내가 천재다!’라는 내용을 게재한 사람이 있었죠.

들어본 것도 같은데, 상대성 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립했다면 그 사람도 수학천재 아닐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상대성이론이라는 개념이 없는데 그것을 수학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아니죠. 개념이 있어야 수학적으로 그 개념을 표현할 수 있겠죠.

그렇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 대한 개념을 아내에게 설명했고 아내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수학적으로 정리를 했다는 뜻이죠.

. 그렇게 추정할 수 있겠네요. 말 그대로 두뇌는 아인슈타인이니까 두뇌가 옷을 디자인하고 아내는 주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같군요.

. 아주 적절한 비유네요. 이러한 예는 또 있어요. 바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야기죠.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이와 비슷하다고요?

제가 추측하기에는 그래요.

세종대왕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창조한 것처럼 한글을 창제했다는 말인가요? 지난 번 제가 본 영화에서는 승려들이 주축을 이뤄 만든 것으로 나왔거든요. 세종대왕이 우리 고유의 글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승려들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의견들이 세종대왕 혼자서 이 큰 일을 해 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 같고요.

참 재미있죠.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을 아인슈타인 혼자 만들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왜 세종대왕은 혼자서 한글창제를 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할까요?

그야 작업이 너무 많아서 아닐까요?

아니요. 그런 이유라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두뇌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상상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봐요. 작업은 앞서 아인슈타인의 경우처럼 전문가에게 맡기면 돼요. 하지만 개념을 창조할 수 있는 두뇌가 없으면 작업도 할 수 없죠.

그러니까 아인슈타인의 아내가 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리했듯, 민 박사님 해석으로는 세종대왕이 한글의 전체적인 개념을 창조하고 승려든 학자든 한글 창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세종대왕의 한글에 대한 개념을 문자로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는 뜻이군요.

맞아요. 한글의 개념을 창조하는 과정에는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두뇌 하나만 있으면 가능해요. 다만 그것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에는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세종대왕은 자신이 창조한 한글의 개념을 한자와 범어 등에 대한 지식을 가진 승려들을 기술자로 고용해서 정리하도록 만들었다고 보시나요?

승려들이 실제로 관여했다면 그렇게 볼 수 있죠.

그러면 민 박사님은 세종대왕이 무엇을 바탕으로 한글을 창제했는지 설명하실 수 있나요?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은 이야기 할 수 있어요.

그 가설은 무엇인가요?

한글은 소리글자라고 알려져 있죠?

, 소리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사람들은 소리에 집착을 하죠. 이렇게 소리에 집착을 하면 사실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찾아내기 어려워요.

그러면 무엇을 봐야 하나요?

질문하시는 분은 지금 말을 하면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스스로 관찰해 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그냥 말을 할 뿐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소리가 만들어지려면 성대뿐 아니라 주변의 근육이 움직여야 해요. 예를 들어 라는 모음을 소리 낼 때 성대 주변의 근육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모이죠. ‘라는 소리는 와 비슷하지만 양 옆의 근육이 함께 움직여요.

그렇다면 세종대왕이 소리를 본떠서 글자의 모양에 대한 개념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인 근육의 움직임이나 구강구조 등을 바탕으로 했다는 뜻인가요?

. 그렇게 추측해요. 이렇게 소리가 나는 원리의 개념이 만들어지면 승려든 학자든 글자에 대해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그것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사실 이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새로운 개념을 정리해서 표현한다는 것이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이 과정을 세종대왕이 직접 할 필요는 없었겠죠. 전문가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