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필 박사와의 일문일답] – 모방을 통해 배우는 두뇌능력과 사고력은 차원이 다른 두뇌의 기능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내가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답을 찾는 것은 사고력이라고 볼 수 없고 진정한 사고력은 아무것도 모르는 암흑의 미래를 찾아나가는 두뇌능력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인간은 교육을 통해 모르는 것을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어가면서 발전하잖아요. 이러한 두뇌능력도 사고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도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두뇌를 가진 다른 동물들과 차별되는 인간 고유의 두뇌능력이라는 관점에서의 사고력은 뚜렷하게 구분되죠.

◆ 왜 그런지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요식업이라는 사업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볼까요? 만일 내가 요식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요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 경험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면 되겠죠. 

– 그러면 내가 그 사람들에게 요리방법, 재료관리 등을 배워서 요식업을 하고 있다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 글쎄요? 배운 것을 따라하는 것이니까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 속담에 ‘서당의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죠? 이 말이 무엇을 뜻할까요?

◆ 말 그대로 해석해보면 개도 배워 따라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네요. 

– 물론 이 속담은 인간을 개에 비유해 한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 동물들, 특히 영장류의 경우 인간의 행동을 보고 따라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요.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을 보면 심지어 침팬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있거든요. 

◆ 예, 그런 영상을 저도 봤어요.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하잖아요. 

– 물론 다루는 도구에 있어서는 동물들과 많은 차이가 있죠. 하지만 배우는 방법에 있어서는 어떤가요? 

◆ 그러니까 보고 배워서 따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군요. 하지만 인간의 경우 다른 동물들과는 차별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어왔잖아요. 이것이 사고력의 결과가 아닌가요? 비행기를 만들고 전화를 만드는 등을 통해 짧은 시간동안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는 것이 바로 인간은 사고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요? 

– 이렇게 질문해 볼게요. 만일 라이트 형제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비행기의 개념을 생각하고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 그거야 아니죠. 그들이 아닌 누군가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그랬다면 비행기를 만든 이야기가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흔히 볼 수 있는 돌과 나무를 역사에 기록하지는 않잖아요. 

– 그러면 이제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사고력을 가지고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면서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 그 말씀은 사람들 중에 사고력을 발휘하는 얼마 되지 않는 수의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든 개념과 발명을 보고 배워가면서 인류의 문명이 발달해 왔다는 뜻인가요? 

– 예. 사고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나마 사고력을 발휘해도 존재하는 결과물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 잠깐만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정확하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 만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나 물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날개를 달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죠.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도 ‘새’라는 날아다니는 동물을 보고 그 날개를 모방해서 만든 것이니까 앞서 내용에 대입하면 새가 곧 이미 존재하는 진화의 결과물이고 새의 날개가 하늘을 날 수 있는 핵심요소라는 것이 라이트 형제가 가지고 있던 지식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 정리하자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있기 때문에 그 날개를 보고 모방해서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비행기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군요. 

– 비행기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의 사고력은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어둠속을 탐구해 나가는 두뇌능력이니까요. 

◆ 그렇군요. 그런데 앞서 모방은 사고력이 아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비행기를 만든 두뇌능력을 사고력이라고 하셨잖아요? 비행기도 모방을 통해 만든 것이라면 모방도 사고력이라는 뜻 아닌가요? 

– 배운 그대로 요리를 하듯 같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만 한다면 사고력이라고 볼 수 없죠. 비행기의 날개가 새와 같을 수는 없잖아요. 변형을 시켜야하고 또 변형을 시키는 과정에는 왜 어떻게 변형해야하는지 이유가 있어야하고 나아가 실험을 통해 원리를 찾아가야 가능하니까 사고력이 필요하죠. 다만 시작하는 단계에서 새를 모방했다는 것이지 과정까지 모방했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 한 마디로 과정, 즉 방법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인간의 사고력이라는 뜻이군요. 방법까지 따라하는 것은 단순히 복사해서 붙이기를 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한 가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어요. 새의 날개를 모방해서 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 어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예전에 이야기한 스티브 잡스의 필체를 컴퓨터와 접목시켜 폰트를 만드는 과정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혼동하고 있는 것인가요? 

– 아니요. 정확하게 보셨어요. 모방을 시작으로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고유한 두뇌능력의 시작이에요. 앞서 인간의 두뇌와 동물의 두뇌를 사고력으로 구분한 이유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사실 그 중간에 다리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이야기한 결과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는 사고력이 바로 그것이죠.

◆ 그러면 아무 것도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밝혀나가는 두뇌능력은 또 다르다는 뜻인가요? 

– 예. 그 부분이 진짜 천재들의 사고력이에요. 개인적으로 라이트 형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들을 천재의 범주에 넣기는 하지만 진짜 천재적 사고력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사람들의 두뇌능력을 이야기해요.